장례꾼이 될 수 없도록 하는 장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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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9-08-24본문
목사는 장례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이제까지 정말 가슴 아픈 장례식부터 축복할 수 있는 장례식까지... 숱한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그런데 지난주에 있었던 장례는 그 처음 과정에서부터 마지막 장례식을 마칠 때까지 궁극적으로 영혼의 문제를 대면해야 하는 목사에게 소중한 교훈과 통찰을 얻게 하였습니다.
고인은 70세 초반으로 원로목사님이 목회하실 때 교회를 출석했고 일시적으로 차량봉사도 했던 분입니다. 제가 부임하고는 출석하지 않았지만 가족들이 다 우리 교회를 나오고 있어서 그런지 우리 교회 교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목장모임이 시작되면 보통 자리를 피하였습니다. 이 연령대의 많은 한국 남성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분 역시 생의 즐거움 중의 하나는 술과 담배였고, 전통적인 관습과 세상의 친구를 끊는 것이 힘들었고 이런 것들이 신앙생활의 발목을 항상 잡았던 것 같습니다.
이 분의 몸이 안 좋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진단 후 위암으로 판정이 났습니다. 수술과정에 병원심방을 했습니다. 심방을 하면서 “회복이 되면 교회에 나올지도 모르겠다!”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했습니다. 수술은 잘 됐고 회복도 잘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항암 치료 중이라 본인의 몸도 간수하기 쉽지 않았겠지만 그렇게 교회에 쉽게 나와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교회를 이미 경험해 본 사람에게는...
그러던 중에 몸에 또 안 좋은 징조들이 나타나 다른 방법의 치료를 의논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시기가 담임목사 목장 탐방한 때였습니다. 이제는 목장모임을 피하지는 않았고 모든 순서에도 잘 참여했습니다.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지만 교회 나오는 것은 여전히 미루고 있었습니다.
이후 선택한 치료는 효과적이지 않았습니다. 급속도로 나빠졌고 위독한 순간들을 맞이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관심은 ‘이 분이 구원을 받았을까?’하는 것이었습니다. 점검하는 기회가 있기를 바랐고 다시 복음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첫 입원 때 강압적으로라도 교회 나오게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족들에게 연락이 왔고,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위중한 환자들의 침상만 줄지어 있는 넓은 병동에 그 분의 옆에 앉아서 인사를 했습니다. 자유롭지는 않았지만 조금의 의사는 표현할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바로 복음을 전했습니다. 믿으면 “아멘”하라고 하고, 그것이 힘들면 눈을 깜빡여도 좋다고 했습니다. 하나하나의 질문에 정확하게 응답하였습니다. 심각한 상태의 환자들이 의외로 복음에 수용적이라는 사실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그 반응에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후 손을 잡고 기도하는데, “하나님, 허락하시면 스스로 교회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예배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하는 대목에서 순간적으로 흑~ 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는 것이었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분이 이전부터 “‘교회에 나가야 하는데...’하는 갈등을 하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 주일, 이분의 이름으로 헌금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생활에 여유가 있어 한 것이 아니라 산 자의 이름으로 헌금하고 싶어서 모으고 또 모아서 만든 헌금인 것을 아내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이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눈물입니다. 물론 상태는 점점 더 악화되었고 의사(意思)표시는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저는 갈 때마다 귀에 대고 찬송하고 계속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때마다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눈물은 그가 육신적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고백으로 여겨졌습니다. 그것이 저에게는 육신적으로는 전혀 의지할 것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의 영혼이 하나님 앞에 나타낼 수 있는 숭고한 반응으로 다가왔습니다.
마지막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갔을 때, 거친 숨을 내쉬면서도 찬송과 기도 중에 다시 눈을 떴고 역시 눈에는 눈물이 다시 고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눈물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목사를 직업 장례꾼이 될 수 없도록 만드는 장례식은 항상 있습니다.(2019.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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