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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거슬러간 추억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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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8-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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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되는 폭염에 오늘은 약간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씁니다. 2주 전에 저의 4형제가 특별 휴가를 내고 부산에 모여 함께 지냈습니다. 명절이 주일과 겹치거나 교회의 행사로 집안 행사에 가지 못한 목사 동생에 대한 수도권 형들의 배려였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점점 사라지는 형제애가 안타까웠던 터라 내가 형제들끼리만 한 번 만나자고 한 제안한 것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부산에 오자 제일 먼저, 어릴 때 다녔던 모(제일영도)교회를 방문했습니다. 모 교회는 설립 100주년을 맞이해서 이전 교회당 바로 옆에 새 교회당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은 추억의 옛날 교회당이었습니다. 주일학교 예배실이었고, 새벽과 저녁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했던 1층 마룻바닥은 이제 교회 식당이 되어 있었고, 2층 본당 예배실은 배드민턴 네트가 설치되어 있는 체육관이 되어 있었습니다. 손목시계보다 더 정확하게 울렸던 교회당 종은 교회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구예배당 본당 머릿돌에는 ‘1896년 교회설립, 1973년 준공이라고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 교회는 통영에서 정3품 당상관을 지냈던 김치몽 씨가 예수를 믿고 집안의 핍박을 피해 영도에 와 살면서 자기 집에서 예배를 드림으로써 시작된 부산에서 4번째 설립된 교회이며, 한국인이 설립한 최초의 교회입니다. 1973년에 완공된 예배당은 저도 주일학교 학생으로서 돼지저금통을 깨고 건축헌금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머릿돌 안에 건축헌금 명단이 들어있다는 기억이 났었습니다. 그곳에서 형들은 각자의 어릴 때 추억과 지금은 기억에 아련한 교회 선배들의 이름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바로 옆에 있었던 큰 형님이 졸업한 영도초등학교를 방문했습니다. 큰형님은 연신 폰으로 사진을 찍어 밴드에 올리는데 재경동문들이 수시로 나타내는 반응을 재밌어라 하며 알려줍니다. 나는 이 학교 졸업생이 아니지만 7살 때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형에게 도시락을 전해주고 운동장 놀이터에서 놀다가 떨어져 다리 골절을 당한 사건을 말하니... 큰형님은 그때 자신이 나를 등에 업고 집까지 간 기억을 내놓았습니다.

   다음은 고향집입니다. 가끔 영도를 갈 기회가 있었던 나와는 달리 큰형님은 서울에 일찍 공부하러 올라가서 그런지 더 감회가 깊은 것 같습니다. 사업으로 자주 부산에 오는 둘째 형은 길가에 나와 있는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나를 알아보더니 이제는 모르시네~”하면서 씁쓸해 합니다. 우리 집은 당시 동네가 거의 초가집이었을 때 가장 먼저 옥상이 있는 현대식 슬라브 집을 지었습니다. 정원도 있었습니다. 모든 4형제들의 친구들이 우리 집에 자주 놀러온 것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그 집이 너무 작아 보입니다. 담 너머로 보여야할 감나무도 보이지 않고 정원도 너무 작습니다. 밤에 누워 하늘의 별을 헤던 옥상에는 집을 하나 더 올려놓았습니다. 나는 군입대 하고서는 다시 이 집을 올 수 없습니다. 그 사이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했고, 휴가를 나왔을 때 갈 곳이 없어 거의 목사 사택에서 지냈습니다.

   고향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봅니다. 우리 집 바로 뒤는 중소기업 조선소가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대형 크레인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그 조선소에서 영도다리까지 방파제가 있고 그 방파제 바다에서 우리는 해수욕을 했습니다. 동네 형님들이 정박한 화물선 위에서 다이빙을 하는 것이 멋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게도 잡았고 낚시도 했습니다. 해수욕 금지구간이었는지 가끔 경찰이 왔을 때는 모두 벗은 놓은 옷을 들고 달아났는데 미처 옷을 챙기지 못한 애들은 울었던 기억에 웃었습니다. 달아날 때 신작로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웃 동네 아이들과 전쟁놀이를 했던 놀이터는 깨끗한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있었지만 놀랍게도 동네슈퍼가 그 이름 그대로 그 자리에 있습니다. 바로 위에 있는 나의 초등학교를 둘러봅니다. 학교 건너편 경사지에는 홍수가 나면 피신하는 집이었는데 예쁜 조그만 카페로 변해 있습니다. 이젠 주변에 도시고속이 지나고 대형 마트가 생기고, 바다 건너편에는 구 시청자리 롯데백화점도 보이고... 아파트 단지가 섰습니다. 형제들과 함께 가본 고향은 근 40년 세월 을 그렇게 같이 흐르고 있었습니다.(2018.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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