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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화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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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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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베란다에는 화초들이 있습니다. 주로 난 종류인데 그렇게 값이 나가는 종류는 없습니다만 꽃가게를 지날 때마다 예쁘게 피어있는 꽃을 하나 둘 사서 즐겼던 것이기에 다음 해를 기대하며 그런대로 관심을 두면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거실에 앉아서 한참 동안 화초를 바라봅니다. 그러다가 참지 못해 베란다로 나갑니다. 아내는 그런 저를 곧잘 핀잔을 줄 때가 많습니다. 아내가 볼 때는 제가 너무 지나친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저의 성격을 탓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화초를 유심히 보면서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어떤 화초는 물이 오른 것처럼 파릇파릇 새순이 올라오고 또 윤기도 좋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정말 아이들이 자라나는 것을 보듯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입구에 놓여져 작년에 그렇게 화려하게 꽃을 피웠던 서양란 하나는 꽃을 지운 뒤 해가 바뀌었는데도 도무지 자랄 기색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앞을 지났는데 약 보름 전부터 새순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연이어 다른 곳에서 새촉까지 올라옵니다.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릅니다. 저의 머리에는 다시 작년의 그 자태가 그려졌습니다.

그렇습니다. 때가 다 있었습니다. 때를 기다릴 수 없는 사람은 꽃도 열매도 볼 수 없는 것입니다.
목회를 하다가 사람 때문에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 보면 아직 때가 아닌 것을 알게 됩니다. 사람만큼 때가 필요한 존재는 없다고 생각이 되어졌습니다. 그래서 기다림의 인내는 꽃과 열매를 기다리는 자에게 가장 큰 덕목이 됨을 알게 됩니다.

지금 있는 화초들 중에 그리 건강하지 못한 것들이 있습니다. 이전의 교회 내 사택에서 한 해를 보내다가 많은 화초를 죽였고 또 겨우 건진 것들도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장사 속으로 키우는 것이라면 대번에 뽑아버렸겠지만 취미로 키우는 것이니 그대로 두고 관심을 보입니다. 이런 것들은 결국 죽는 것을 많이 경험하였습니다.
그런데 겨울의 추위를 거뜬히 이긴 화초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피운 꽃은 이전보다 더욱 화려하고 향기도 짙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문적으로 꽃을 가꾸는 분들에게 물어보니 어떤 꽃들은 일부러 추위에 고생하게 두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이전에 교회 사택에 있을 때 사택 앞마당에 난을 진열해 두었습니다. 자연히 비바람 맞으며 한 철을 보냈습니다. 할 수 없이 방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비바람 속에 생각 외로 꽃이 잘 자랐습니다. 그리고 꽃이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그 향이 짙고 좋으며 오래 가든지 정말 반해 버렸습니다. 어둑어둑하고 습기가 있는 사택에 그 난꽃에서 나오는 향기는 다른 불결한 냄새를 잊게 했습니다.
그래서 그와 같은 종류를 또 하나 더 샀습니다. 그러나 비바람 모르고 피운 꽃향기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사람이나 꽃이나 모두 그 진정한 가치를 나타내는 데는 고난이란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난은 그것을 맞이하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다음 열매를 위한 엄청난 거름이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주후2003-08-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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