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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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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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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단편소설에 김동인 선생이 쓴 ‘발가락이 닮았다’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성병을 앓았기 때문에 불임의 가능성이 많은 노총각 남자 주인공이 그 사실을 숨기고 결혼을 했는데 부인이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습니다. 주인공은 먼저 아이와 자신이 무엇이 닮았는지를 초조하게 살피는데 눈에 띄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가운데 발가락이 유난히 긴 것을 발견하고는 눈물을 흘립니다. 그래서 소설 제목이 ‘발가락이 닮았다’입니다.
  자식이 부모를 닮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안 닮으면 큰일입니다. 심지어 그것이 못생겼거나 안 좋은 행동일지라도 그것을 통해 일말의 안도감을 느끼게 되니 말입니다.
 
  이제는 환갑이 된 유명 개그맨이었던 이홍렬 씨가 쓴 ‘아버지 되기는 쉬워도 아버지 노릇하기는 어렵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서문에 “어느 날 거울을 보니 그 안에 내 아버지가 있었다”라고 쓰고 있습니다. 이홍렬 씨의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무능하기 짝이 없었고 자존심을 강해서 큰돈이 되는 일이 아니면 하지도 않았습니다. 어쩌다 돈을 벌면 노름판에 가서 단번에 날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그의 기억 속에 좋은 모습으로 남아 있을 리 없습니다. 그러나 싫어했던 모습이 아버지는 자신이 쳐다 본 거울 속에 있었습니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 속에 자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보고 배워버리고 그것은 DNA화(化) 되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부모님의 삶은 타산지석(他山之石)과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어야 마땅합니다.
  가끔 저의 아내가 나의 모습이나 행동을 보고는 “저럴 때는 꼭 아버님이다”라는 말을 합니다. 물론 그때의 행동은 좋은 모습일 때는 별로 없습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는 나도 썩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내에게 지적을 받는 게 싫어서라기보다는 그 아버지의 모습을 나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싫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닮아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은 섬뜩함마저 듭니다. 왜냐하면 어떤 것은 그 정도가 조금만 더 심해도 치명적일 것 같은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아버지는 젊었을 때 잠간 외도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이야기를 자식들에 말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결혼을 한 후, 분가를 위해 떼었던 호적초본에 있는 선이 그어진 낯선 자식 이름 때문이었습니다. 남자의 외도, 그것은 그 당시의 남자들이 한 번쯤 객기로 했을 만한 일로 넘겨버릴 수도 있을지 혹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게 선대의 에피소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심지어 나의 자식들에게까지 이어질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사안은 보통이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우리가 선대의 끊어야 할 것들은 우리의 당대에 끊어버리고, 이어가야 할 아름다운 것들만 후대로 이어가게 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아버지에게서 보고 배운 것이 지울 수 없는 영향력으로 남아있다면, 늦은 40대 후반에 예수 믿으셨지만 누구보다 교회를 사랑하고 뜨겁게 섬기셨던 아버지의 그 아름다운 열정이 나의 DNA로 남아 있기를 나는 소원합니다.(201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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