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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들에게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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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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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에 모(母)교회 친구들 모임이 있었습니다. 나의 교회 동기들은 다른 선후배 기수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단합이 잘 됐고 우리 기수는 수적으로도 다른 기수보다 많았습니다. 아이들 키우고 치열한 사회 생활할 때는 잘 만나지 못하다가 오십이 넘자 자연스럽게 연락하고 만나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두 세 달에 한 번씩 모이는 모임에 잘 빠지지도 않습니다. 50대 중반이 되었지만 만나서 하는 이야기나 하는 행동이 학생시절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을 보면 추억의 힘을 실감하게 됩니다.
 
  식당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 가까이에 사는 한 동기의 집에서 ‘2차’가 시작되었습니다. 교사라는 직업 때문에 평소에는 모임에 자주 나오지 못하는 여자 동기의 집이었는데 춘계방학이라 여유가 있었습니다. 내놓은 다과를 먹으면서 식당에서 못 다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교회이야기, 자식이야기, 직장이야기들이 순서도 없이 나옵니다. 까르르 웃기도 하고 놀리기도 하고 어릴 때처럼 쥐어박기도 합니다. 교회 친구들이고 또 현재 교회의 집사 권사 장로 목사이기에 교회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습니다. 아직도 모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여전히 하고 있는 친구들은 담임목사님의 이야기도 합니다. 그 목사님은 나의 신학교 동기이기 때문에 예사로 들리지가 않습니다.
 
  정신없이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마구 솟다내다 진주에서 온 목사 친구가 저녁에 심방이 있어 일어나야겠다는 말에 이제야 갈 시간이 되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아쉬웠는지 집주인 동기는 찬양을 좀 하고 헤어지자고 요청합니다. 아마 자기 집에 가자고 했을 때부터 생각했었던 것 같았습니다. 학창시절 모이면 어디서든 유독 찬양을 많이 했던 여자 동기들의 모습이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는 피아노 주위를 둘러싸고 찬양대 반주자였던 친구의 반주에 맞춰 이전에 불렀던 곡들을 4부로 나누어서 부르기 시작합니다. 연습도 없이 바로 부른 찬송이 꽤 잘하는 중창단처럼 들립니다. 부른 곡 중에는 이 친구들이 나의 결혼식 때 불러주었던 곡도 있었는데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이전처럼 가곡도 분명 몇 곡 했을 것입니다. 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면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던 식탁에 모여 기도하고 헤어졌습니다. 다음 모임은 진주의 목사 동기의 초청으로 진주까지 가기로 했는데 여자 동기들은 벌써 그곳에 간 것처럼 들떠 있었습니다. 30년 더 지난 세월이 엊그제 같았습니다.
 
  ‘추억은 우리의 삶에 순기능을 하는 것인가 역기능을 하는 것인가?’
  중고등부 시절, 교역자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습니다. 그때 송 전도사님은 사진 찍는 것에 부정적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추억에 매여 살면 안 된다는 것이었는데 우리의 삶은 과거에 얽매이는 것보다는 사명을 향해 매진해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추억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찍을 일이 있으면 머뭇거리는 습관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추억은 종종 여전히 거부할 수 없는 힘처럼 떠올랐고 그럴 때마다 죄스러운 감정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바울 서신서를 읽는데 그 서신서가 바울의 추억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바울에게 추억이란 것이 없었으면 서신서도 남아있지 않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추억의 순기능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추억과 기억은 다릅니다. 불행한 추억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그 단어에는 ‘아름다움’이라는 의미가 숨어있습니다. 좋은 추억은 분명 우리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고 행복을 추구하게 합니다.
  장산교회에서 신앙 생활하는 우리 아이들, 그리고 우리 성도들이 가질 추억은 무엇일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너희를 생각할 때마다 나의 하나님께 감사하며...”(빌1:3) (20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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