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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의 사과 그리고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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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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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의 사과 그리고 변명
 
며칠 전에 일 때문에 교회 근처를 지나던 모(母)교회 친구가 방문하였습니다. 근처에서 식사를 하면서 자신이 섬기는 교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방문해서 식사를 하자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친구는 그 교회의 장로님입니다. 목사님과의 관계, 목사님의 목회철학, 목회방법, 대인관계, 처신, 언사(言辭) 등,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회의 고민을 목사 친구에게 꺼내놓는 장로의 모습이 안 됐고, 그 친구의 목사님도 역시 안 됐습니다. 상식 없는 친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친구도 그 목사님도 그가 섬기고 있는 교회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와 이야기를 마치고 교회로 돌아와서 목양실 책상에 앉았는데 불현 듯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친구의 근심은 그 교회의 목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나에게 하는 근심일지 모른다.
우리 교회에도 나 때문에 힘든 성도, 나 때문에 상처를 입는 성도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내가 잘못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다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내 단점마저도 사과 한 번 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지면을 통해 사과하면서 그에 따른 변명을 이해의 방편이 되기를 바라면서 합니다.
 
1. 나는 다정다감하지 못한 편입니다. 그래서 성도들을 살갑게 대하지 못하는 면이 있습니다. 또한 크게 감격하고 크게 실망하는 것이 없습니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다 느끼지만 그것을 그 자리에서 바로 표현하는 데는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과하게 칭찬도 잘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2. 항상 말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보니 말의 실수로 성도들을 실족시키는 일도 있을 것입니다. 부지중에 저의 말에 마음이 상하신 분이 있으시면 사과합니다. 용서하십시오. 하지만 설교를 하면서 어떤 사람을 타켓으로 삼아 설교를 해 본 적은 없습니다.

3. 고집이 있다는 말도 듣습니다. 한 때는 그런 사람에 대해서 나를 정말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는 내가 더 정확할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보이는 것도 나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4. 맺고 끊고를 잘해서 인정이 없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나는 오히려 그런 면이 없어 안타까울 때가 많이 있는데 사람들의 평가는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조그만 일에도 벌벌 떱니다. 하지만 책임감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임감 때문에 결정을 해야 할 때는 결단을 내립니다. 그래서 좀 냉정한 면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5. 인사를 잘 안 받아준다는 말도 가끔 듣습니다. 이 문제로 크게 지적 받은 일도 있어 인사를 하고 받는 일에 막연한 강박관념 같은 것도 생겼습니다. 잘하려고 하지만 분명 체질적으로 인사를 잘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통 인사를 놓칠 경우는 다른 사람이나 어떤 생각에 집중하고 있을 때일 것입니다.

6. 사과를 해야 한다면 가장 크게 사과해야 할 일은 목회를 주님의 마음으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일 것입니다. 이것은 여전히 나의 고민이며 은퇴할 때까지 하게 될 고민일지 모르겠습니다. 어느날 내가 ‘이제야 정말 주님의 마음으로 목회하고 있는구나!’하고 만족할 날이 속히 왔으면 좋겠습니다.
 
 ‘목사의 사과와 변명’이라고 제목을 붙였지만 막상 하고 보니 “사과만 하고 변명은 하지 말 걸”하는 생각도 듭니다. 무엇이 잘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처음 정한 제목대로 변명까지 하고 말았습니다.    (주후 201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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