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교회채널
 가정교회360
 예배생방송

사역의 지경이 넓혀지는 교회

장산레터

침체기가 아닌 충실기로

페이지 정보

작성일2016-04-23

본문

  지금 60, 70대 어른들은 봄이 되기 전 겨울철에 보리밭 밟기에 동원된 기억이 있을 겁니다. 저는 부산에서 자라면서 들은 이야기일 뿐이지만 1960년대에는 초,,고 학생들이 보리밭에 나가 겨우내 얼었던 땅을 해동되기 전에 밟아 주었습니다.

  그때 이해가 안 되었던 것은 밟아주면 보리가 더 잘 자란다는 것이었습니다. 밟으면 올라오려던 싹도 죽을 것 같은데 밟을수록 더 건강하게 자란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잘 밟힌 보리밭일수록 충실한 열매가 맺는 것을 보면 밟히는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땅 속에서의 분명한 역사는 진행되고 있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겉으로는 침체기이지만 속으로는 충실기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나 교회적으로 이와 같은 시기가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담임목사로서 지금 우리 교회의 상황이 이와 같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가정교회 초창기의 동력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고, 몇몇 목자와 목녀들의 피로도는 누적되고 있습니다. 목장모임 분위기도 처음과 같지 않습니다. 처음 목장모임이 시작되었을 때는 달라진 목장의 변화에 적응하기에 긴장했습니다.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나서 좋아했고,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갈등도 겪었습니다. 적응했을 때는 이전에 느낄 수 없었던 재미도 있었습니다. vip가 목장에 와서 그의 신앙과 인격이 변화되는 것을 보면서 영혼구원의 즐거움이 이런 것이구나!’하는 것을 느꼈고, 더 큰 유익은 섬기는 우리 자신이 변해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것이 아니더라도 삶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변화였습니다. 하지만 삶 나눔도 삶에 변화가 없다보니 새로운 것이 없고 주변의 잡다한 이야기로 채워지기 시작합니다. 가정교회의 동력이 떨어지니 가져야할 본질적인 관심보다는 비본질적인 것에 관심에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현상들에 대해 기도하며 다른 목사님들의 조언을 얻는 가운데 알게 된 것은 이런 현상이 대부분의 가정교회가 겪은 현상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특히 목회자세미나나 평신도세미나를 개최하는 모범적인 교회에서는 거의 다 겪은 현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현상조차 침체기로 보기보다는 충실기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즉 더욱 교회다워지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힘들기도 하고 때로는 고통스럽기도 했고 심지어는 포기하고 싶기도 했지만 이런 과정이 더욱 충실한 열매를 맺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런 과정이 없이 이루어진 열매는 설익은 열매가 되어 금방 떨어질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까지.

 

  원조 가정교회인 휴스턴서울교회 역시 목장모임 한 분야로만 말하면 1/3은 아주 역동적이고 1/3은 그저 그런 식으로 유지를 하고 있고, 1/3은 소위 말해서 죽을 쑨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교회가 타 교회와 다른 것은 잘되는 목장도, 그저 그런 목장도, 죽을 쑤는 목장도 버리지 않는 공통된 마음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성경적인 길을 가고 있다는 확신과 그 길을 가면 하나님이 언젠가는 역사하신다는 믿음입니다. 그리고 설령 가시적인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를 경험하지 못할지라도 최종 하나님 앞에 섰을 때 착하고 충성된 종이었다고 인정받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동일한 상황을 두고 그것이 침체기가 될 수도, 충실기가 될 수도 있는데 그것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고 하면 저는 어쩌면 바로 이런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주님이 원하시는 길을 걸으면 주님의 때에 주님의 방법으로 역사하신다는 것. 그 증거는 다른 성도를 통해, 다른 목장을 통해, 다른 건강한 교회를 통해 하나님은 항상 보여주시고 도전하시고 소망을 잃지 않게 하실 것입니다.

 

  지금도 보리밭은 밟히고 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시기는 분명 있습니다. 왜냐하면 보리는 봄이 되면 파릇한 싹을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2016.4.2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장산교회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