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정(情)을 이기는 신앙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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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6-07-09본문
사람이 함께 살다보면 정(情)이 들게 되지만 한국 사람만큼 정(情)에 약한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정(情)이란 단어는 한국인을 특징짓는 단어가 된 것 같습니다. 국민 간식이 된 오리온 제과의 초코파이 포장지에는 초코파이라는 이름뿐만 아니라 ‘情’자도 함께 새기고 있습니다.(중국 포장지에는 ‘仁’이 있다고 합니다.)
정(情)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 세월입니다. 아니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세월만 흐르면 자연히 생기는 것이 정(情)일 겁니다. 그래서 “흐르는 세월 속에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다”는 말을 하게 되나 봅니다.
교회는 성도들의 모임입니다. 특히 목장모임은 그 친밀도가 세상의 그 어떤 모임보다 더 강력합니다. 근 5년 동안 목장식구로 함께 세월을 보냈다면 이전 구역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목장식구들끼리의 연대감이 생겼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목장식구들은 지난 5년의 세월 속에 정말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앙생활은 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합니다. 성도들도 사람인데 왜 情이란 게 생기지 않겠으며 또 왜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이렇게 말하는 것이 더 옳겠습니다.
“情과 믿음이 충동할 때 이기는 것이 믿음이어야 올바른 신앙생활이다.”
많은 경우 믿음으로 행해야 할 때에 인정(人情)이 판단을 흐리게 하고 결단을 방해합니다.
베드로는 사람의 情으로 예수님의 십자가 길을 가로 막아 서서 “절대로 예수님에게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때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사단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너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로다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마16:23)라고 말하며 꾸짖으셨습니다. 바울은 선교여행을 하면서 예루살렘에 올라가면 환난이 있을 거라면서 자신을 걱정하며 말리는 사람들의 인정을 뿌리쳤기 때문에 로마 비전을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우리교회 한 목장이 해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5년 간 쌓은 정을 생각할 때 쉬운 결단은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들이 목장을 해체하려는 명분은 결론적으로 보면 ‘영혼구원-제자삼기’였습니다. 그 명분이 아니라면 저도 허락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들은 가족(남편)의 구원문제와 영적 성장을 위해 발전적 해체를 결정하였습니다. 저는 적어도 그런 명분이라면(더 나아가, 그런 명분이라야...) 하나님이 해체 이후에도 아름다운 결과를 주실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목장이 구심점을 갖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情을 쌓는 기간도 분명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끼리 좋기만 한 목장은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기 어렵습니다. 이상하게 인간적인 문제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헛된 곳에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고 목장의 영적인 역동성을 어느샌가 사라지게 됩니다.
가정교회의 최고의 가치는 ‘영혼구원-제자삼기’입니다. 목장에 결정해야 할 문제가 생기면 이것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결정하면 됩니다. 나의 진로도, 나의 생업도,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도, 어떤 행사를 할 때도... 이 가치에 부합한지 생각해 보면 됩니다. 물론 이것 외에도 교회가 붙들어야할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가치와 이 가치가 충돌할 때에는 우리는 우리의 인간적인 관계나 인간의 情, 인간적 생각도 단호하게 끊고 이것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결정만이 분명 후회 없는 결정으로 결론이 날 것이기 때문입니다.(2016.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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