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길 기다리지 말고 길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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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01-07본문
지난 주간, 매입 건물 리모델링을 참고하기 위해 반송에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한 사립 공공도서관을 탐방했는데 반여동에서 왔다고 하니 반송보다도 더 열악한 동네처럼 이야기하는데 약간 빈정이 상했습니다. 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교회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동네에 있지 않습니다. 실패한 사람들이 이사를 오고 다시 회복하면 떠납니다. 아래로, 옆으로 길 하나만 건너도 동네 분위기가 좀 다른 것이 느껴집니다. 목사로서 가끔 자존심이 상했던 것 중에 하나가 우리교회를 소개를 받거나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가 동네나 교인들 수준을 자기 맘대로 판단하고 떠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입니다. 누구든 우리 집이나 우리 식구를 얕보는 것은 참 기분이 안 좋고 속도 상합니다.
하지만 이제 이런 것도 가정교회를 하면서 다 내려놓았습니다. 아니 가정교회를 하니까 훨씬 처리가 편해졌다고 하는 것이 더 솔직한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은 다른 교회를 권하겠다고 아예 작정하고 면담을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17년 장산교회 목회를 하면서 이런 정리가 되었습니다. “사람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길러내야 한다.” 이것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VIP를 찾아가는 가정교회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우리 교회는 환경적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으니 오히려 잘된 일입니다.
이전에 우리 교회 한 장로님이 한의사 한 사람이 등록을 했다고 좋아하셨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도 곧 발길을 끊었습니다. 아마 그 장로님이 사업하시면서 실업인회에 가서 본인 나름 사회적 지위가 있는 분들과 교제권이 형성되어서 그런지 우리 교회에도 의사, 판사, 사장 등... 그런 사람들이 많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이 필요하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흐르더라도 길러내야 합니다. 처음 제가 부임할 때 교회에는 악기를 다루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피아노마저도 유급으로 데려와 봉사하게 했습니다. 한 10년 정도 꾸준히 교회가 그 장을 열어주니 지금은 전공하기도 하고, 취미로 하는 사람들도 생겼고 뒤를 이어 악기를 배우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니 이제 우리교회에 의대를 간 아이들이 나왔습니다. 금년에 또 의대에 입학할 아이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얼마 안 있어 우리교회에도 의사가 나오겠지요.(‘한의사’가 왔다고 좋아했던 장로님 생각에 의사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의사 그 자체가 훌륭한 사람일 수는 없습니다. 오해 마시길...)
저는 교회가 꼭 해야 할 시급한 일이 있으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하나님께서 보내 주신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일은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사람이 없다면 그 일은 내 욕심에서 시작된 것이지 하나님이 급하게 하라고 한 일은 아닐 가능성이 많습니다. 하지만 앞을 내다보고 사람을 준비시키는 것은 비전이지 욕심이 아닙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이런 사람을 잘 준비시켜 배출할 수 있을까? 가장 자연스러운 준비는 좋은 교회, 건강한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교회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인재로 자라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느 시대가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수준도 상승되는 것을 보았고 교회 때문에 그 지역이 복을 받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자란 모(母)교회는 역사가 100년이 훌쩍 넘은 부산 영도에 있는 교회입니다. 영도, 그곳도 아주 오래 전에는 죄인들 유배지였고 말들을 방목해서 키우던 육지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도심지에서는 변방 중의 변방이었습니다. 지금도 주거지로서도 인기 있는 곳은 아닙니다. 그런 곳에 교회가 세워졌고 흐르는 세월 속에 정계, 재계, 학계, 예술계 그리고 종교계까지... 꽤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었습니다.
우리 당대에 이런 변화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는 기쁨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준비하고 다음 세대에 그 일이 이루어져도 정말 기쁜 일입니다.(20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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