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아쉬웠던 수난기념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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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6-04-04본문
지난 금요일 저녁, 수난기념예배를 드리고 집에 돌아와 바로 이 글을 씁니다.
수난기념예배는 은혜 가운데 잘 드렸습니다. 예배 중 성찬식이 있어서 더욱 의미 있었습니다. 목사로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예배드릴 수 있었던 점도 참 좋았습니다. 모든 성도들이 저녁 시간에 한자리에 모여 예배드린다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드리던 주일 저녁 예배가 순간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아쉬운 마음이 남았습니다. 왜 그런지 생각하며 예배 전부터의 상황을 다시 떠올려 보았습니다. 몇 가지 장면이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예배 전에 강단에 올라가 잠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데, 회중석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 분위기는 예배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이어졌습니다. 물론 예배가 시작되자 곧 정돈되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이런 마음 상태로는 바른 예배에 지장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수난기념예배의 의미를 생각할 때 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또 한 가지는, 예배를 목장 모임으로 대체했음에도 전체 출석이 다소 적게 느껴졌다는 점입니다. 혹시 이 시간을 목장 모임을 잠시 쉬어가는 기회로 여기는 목원이 있지는 않은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수난기념예배의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 신앙의 중심에는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공동체적으로 고백하는 공적인 시간이 바로 수난기념예배와 부활절 예배입니다. 이 예배는 다른 어떤 모임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신앙의 고백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아직 그러한 신앙고백을 소중한 예배로 이어갈 만큼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은지도 모릅니다. 우리 교회에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은 것도 한 이유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이것이 신앙의 느슨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우리는 반드시 돌아보고 바로잡아야 할 것입니다.
기독교는 절기를 통해 신앙을 되새기는 공동체입니다. 사순절로 시작하여 고난주간을 지나 부활절에 이르고, 대림절을 거쳐 성탄절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감사의 절기가 있습니다. 이러한 절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신앙도 그 흐름 속에서 점검되고 세워지게 됩니다.
우리 교회는 절기에만 매이게 되면 형식주의에 빠질 수 있어 모든 절기를 다 지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주일도 아닌 평일 저녁 시간을 따로 구별하여 예배의 고백으로 올려드리는 이날의 의미만큼은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예배 후 교회당과 로비, 주차장에서 성도들이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언제나 따뜻하고 감사한 장면입니다. 그 모습만으로도 마음속에 잔잔한 기쁨이 있습니다. (202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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